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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여행 하고 살아요
by 우주떠돌이


12/02 여행일기

별로 작지도 않은 사무실인데 내 생각은 키보드 위에서 조차 떠돌아 다닐 수가 없다. 내 뒷통수는 감시되고, 내가 봐야 하는 것들은 정해져있다. 모니터를 포함한 많은것들이 네모나 직선으로 되어있다.

네모난것, 직선인것


일정한 간격의 천장 조명틀, 부서별 팻말, 창문, 컴퓨터, 모니터, 컴퓨터, 모니터, 책상, 파일, 용지, 프린터기, 비상구 표시, 각잡혀 잘 쌓인 잡지 더미, 캐비닛. 벽기둥.

동그란것


시계, 내 텀블러 입구, 책상 곳곳의 선풍기, 쓰레기통 입구, 천장 스프링쿨러, 천장 스피커, 매거진 파노라마 스티커, 치킨매니아 천원 쿠폰.

여기 앉아있으면 이상하게 많은것들과 단절되는 기분이다. -

나는 디지털 공장에서 일하는데, 진상 손님을 만나지 않다보니, 그를 대체할 진상 직원도 그닥 없고. 저질스러운 사진 기사를 편집하느라 자아멘붕이 오거나 늦은 시각에 퇴근하느라 힘이 달리는것 말고는, 밤이 늦어지면 나를 괴롭힐 사람도 거의 없고, 컴퓨터 앞에서 이렇게 교묘히 월급 루팡질을 해도 내일 나갈 기사만 오롯 하면 내게 크게 뭐라고 하진 않기때문에

-상상력은 쓸모가 없어지고, 여기에 갖혀 지내는게 익숙해 질것만 같아서 무섭다.

내 강한 자아는 소속에서 떨어져 나가 버릴때 어떻게 되려나, 메뚜기가 말한 멘붕들이 일 이년 후에 나를 덮칠까봐 무섭다.
메뚜기가 말하던 멘붕들 중 한두가지 커다란것이 일 이년 뒤에 나를 덮치곤 했다. 물론 뭔가 다른 방식으로 항상 벗어나기도 했지만.

두려운것 앞에서 두려워 두려워 소리지르는게 얼마나 맥빠지는 짓인지 익히 보아왔음에도. 별 다른 도리가 없을까봐.

매일 밤 침대에 누웠을때, 독일에서 혼자 잠드는 상상을 해본다. 적어도 이 정도 시설의 거처엔 누워있을 수 있지 않을까(침대와 책상과 큰 창문) 상상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을 생각해본다, 전기장판은 꼭 가져가야 하는데, 내 극세사 이불은 어떻게 가져가지?

"이곳에서 내가 얻는게 무얼까? 아니? 이곳에 있음으로써 내 삶에서 내가 변한다고 느끼는게 있을까?"

정말 오랜 세월동안 경험과 연륜의 모습과 실체에 대해 궁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걸 궁리하느라 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내 현실 타임라인을 알뜰하게 채우는것이 경험과 연륜을 얻는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생각도 물론 있지만.
생각이 액팅을 방해할 땐, 글쎄? 그게 사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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